수십여년동안 세계 각국에 태권도 시범을 통해 한국과 문화를 알리고 있는 국기원시범단. 사진은 2009년 11월 이집트를 방문해 시범공연을 펼치고 있는 국기원시범단.
한국은 근대에서 지금에 이르기까지 문화탄압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주변 국가들의 문화적 영향을 인위적으로 받아 오고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우리는 뛰어난 사고력으로 왜래문화를 받아들이는데 성공하였고, 이제는 문화강국으로서 우리 문화를 외국에 수출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생활문화 양식인 김치, 불고기, 한복, 한글 등은 한국을 알리는 좋은 상품이 되고 있다. 특히 태권도의 경우는 외국인의 입장에서 볼 때 한국문화로서의 가치를 평가하는데 큰 비중을 차지하는 ‘몸 문화’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태권도가 형성된 과정에서 기능적인 면도 중요하겠지만 태권도가 내재된 한국적 사상을 전하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 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우리의 현실은 이 중요한 일에 대해 잠시 혼란스럽다. 올림픽의 잔류나 경기태권도로서의 역할에 모든 태권도인들이 매진하고 관심을 보여 왔다. 특히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보여준 종주국 태권도의 모습은 출전자 전원 금메달이라는 성과를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기쁨은 누리되 큰 그림을 그리는 시간에 매진해야 한다. 올림픽을 뒤로 하고 지금 종주국 태권도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할 시기이다.
21세기는 문화경쟁시대라 일컫는다. 무한한 ‘문화 성장동력’은 전통문화이며, 그 문화의 보유야말로 잠재력을 키우는 원동력이 된다. 태권도라는 문화에는 한국적인 다양한 문화가 함축되어야 한다.
겨루기와 품새만이 문화적 소재는 아니다. 그것은 겉으로 보이는 끊임없이 변할 수 있는 표면문화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내재된 문화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한국을 지탱하는 정신과 철학이며, 태권도의 잠재력 역시 그 정신과 철학이다. 이러한 내재된 문화를 근간으로 전세계인들에게 보급할 수 있는 태권도 문화상품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필자는 평소 ‘태권도 클러스터’를 강조하고 있다. 태권도 산업분야의 기업, 전후방의 연관산업, 대학, 연구소, 그리고 지원기관 등이 태권도를 소재로 하는 특정 지역에 모여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상호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내는 문화산업의 집적지가 필요하다. 이러한 집적지는 태권도공원이라는 큰 클러스트도 있는 반면에 지역 도장이 그 역할을 충분히 해 지역클러스트를 만들어내는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지금 태권도계에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내재적인 가치를 찾는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제대로 된 문화상품을 만들기 위해 태권도의 내재적 가치를 찾아내야 한다. 필자는 태권도의 내재적 가치를 한국의 전통사상과 문화에 두고 있다. 이를 토대로 태권도공원의 경우는 세계태권도인들에게 종주국태권도와 글로벌 태권도가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지역 도장의 경우에는 지역문화와 융화할 수 있는 지역의 내재적인 문화와 함께 하는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제 태권도는 단편적인 무술이나 금메달을 위한 무도스포츠의 범주를 뛰어 넘고 있으며, 태권도장은 한국의 신체문화를 대변하는 문화현상이 되고 있다. 태권도인들의 지혜를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는 기회의 장으로서의 큰 도장(태권도공원)과 작은 도장(지역도장)이 필요하다. 이러한 환경을 토대로 지금 올림픽 태권도에 대한 장점을 종주국으로 유도해 보다 많은 태권도와 한국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태권도 르네상스를 만들 때이다.
얼마 전.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는 필자는 한국의 대표 음식브랜드 ‘김치’와 관련한 페스티벌이 개최된다는 소식을 접했다. 인터넷이 아닌 위성방송 등을 통해서 말이다. 대단해 보였다. 외국인들에게는 맵고, 이상한 냄새를 풍기는 음식이 세계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김치 담그는 법과 한국어 강좌 등 다양한 문화체험을 연계하는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김치는 태권도와 함께 대한민국 대표브랜드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음식과 스포츠 각기 영역은 다르지만 21세기 스포츠, 문화, 관광산업 등 핵심 글로벌 콘텐츠임은 틀림없다. 그러나 태권도는 김치 이상의 위상 제고를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효과를 크게 얻지 못하고 있다.
이제는 법정기념일이 된 ‘태권도의 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정기총회에서 첫 올림픽 정식종목으로 채택된 날을 기념해 매년 9월 4일(1994년, 파리)은 세계 태권도인들의 날이다. 이 날을 다양하게 잘 활용한다면 세계 태권도 동호인들은 물론 관광객들을 대거 종주국을 방문하게 할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올해처럼 일회성 행사에 수억을 뿌려 실효성을 얻지 못하는 것보다 종주국 국민과 세계 태권도 동호인들과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문화 대축제로 승화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여러 기관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사업과 연계되어야 한다. 먼저 대한태권도협회(KTA)는 매년 고전을 면치 못하는 ‘코이아오픈대회’를 태권도의 날과 연계한다. 국기원은 같은 기간 해외 태권도 인들을 대상으로 기술보수교육 및 관광객 등을 대상으로 일일체험을 개최함으로써 세계태권도본부의 위상을 재고한다.
태권도진흥재단은 무주군과 함께 태권도공원 조성지 방문투어 및 세계태권도문화엑스포 등을 연계한다. 태권도 대학들도 각 행사장에서 역할을 분담하여 다양한 시범과 퍼포먼스로 이목을 집중시키면서 ‘태권도+한국어’ 과정 유학생 유치로 태권도 국제화 시대를 여는데 발판을 마련한다.
다시 말해 태권도의 날을 전후하여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태권도 축제의 장으로 만드는 것이다.
더불어 태권도진흥법을 기반으로 정.재계도 적극 후원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태권도를 세계적인 문화자산으로 알리기 위하여 한국관광공사 등을 통해 각국에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후원해야 한다. 재계도 실리를 찾기에 앞서 자국 대표문화 브랜드 태권도를 살리는데 동참해 줄 것을 바랄뿐이다.
이와 같이 종주국 태권도문화가 확산되기 위해서는 태권도계가 하나로 뭉쳐야 한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말처럼 종주국 태권도 위기론이 연일 도마 위에 오른 이상 태권도계 내부 화합은 불가피하다. 일선도장에서도 각종 행사시 강제동원식 참여가 아닌, 순수 참여가 가능하도록 태권도 관련 행사에 적극 참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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